통제받지 않는 SEC로부터 크립토를 구출하는 사법부
올해 미국 규제당국과 암호화폐(가상자산) 산업 간 제 1라운드 싸움은 얼핏 규제당국이 우위를 유지하면서 암호화폐 산업에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지난주 실버게이트은행이 파산한 이후 은행의 암호화폐 노출에 대한 정부의 경고가 잇따랐다. 이후 그 여파는 시그니처은행과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줄도산으로 이어졌다. 또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두 건의 법적 분쟁에서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됐다. 이 가운데 지난 7일과 9일 발생한 암호화폐 랠리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으로 꼽힌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완전히 제압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는 이번 싸움이 향후 몇 달 혹은 몇 년간 치러질 경합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신호 역할을 하느냐가 될 것이다.
미국의 법치주의가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지난주 진행 상황을 미루어보건대 결국 암호화폐 산업이 필연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건의 법정 판결에서 기인한 것이다. 두 사건 모두에서 판사들은 대중에 영합하는 판결을 피했다. 공정한 법적 틀에 따라 사실에 근거한 SEC의 주장과 상대측 반론을 고려했다.
첫 번째 사건부터 살펴보자. 미국 뉴욕 남부 파산법원의 마이클 와일즈 판사는 SEC 측 변호사 윌리엄 업테그로브의 증언에 ‘완전히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해당 증언은 보이저의 VGX 토큰은 미등록 증권일 수 있어 ‘보이저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모호한 근거를 내세워 바이낸스의 보이저 인수를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4일 후 와일즈 판사는 바이낸스의 보이저 인수를 승인했다.
두 번째는 SEC가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신청한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를 거부한 것에 대해 그레이스케일이 항소한 사건이다. 항소 법원 패널은 비트코인 ETF의 현물시장 기반 가격은 신뢰할 수 없지만, SEC가 승인한 선물 기반 비트코인 ETF의 가격은 신뢰할 수 있다는 SEC의 주장을 반박했다.
업계 다수는 SEC의 이 같은 주장을 일관성 없는 이중 잣대로 여겼다. 선물 가격은 현물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후 SEC 수석 변호사 에밀리 파리스가 판사들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투자자들은 폐쇄형 신탁인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 상품은 ETF로 전환이 가능한 폐쇄형 펀드(투자자가 환매청구를 할 수 없고, 펀드의 존속기한이 정해져 있음) 상품이었다.
위 두 가지 사건은 SEC의 권력이 남용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SEC는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FTX 사태에서부터 각종 정치적 사례에 이르기까지 그 증거는 수없이 많다.
암호화폐 프로토콜 및 기관에 대한 SEC의 캠페인에서부터 은행의 가상자산 노출에 대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모호한 경고, 지난주 실버게이트뱅크의 파산, 나아가 시그니처뱅크와 SVB 주식의 ‘패닉셀’까지 모두 같은 선상에 있다. 뱅크런은 늘 어느 정도는 대중심리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자의적 집행을 실행하는 규제기관은 이를 저지할 고유 권한을 갖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입법부는 내부 대립이 심하고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법률 제정에 필요한 합의에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있다. 특히 분열적이고 제대로 된 이해가 부족한 암호화폐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곳은 분산된 거버넌스 구조에 적합한 새로운 규칙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처럼 의회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상황은 SEC 같은 행정부 산하기관에 규제를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을 과도하게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SEC는 자연히 ‘다모클레스의 검’ 같은, 위태롭지만 자유재량의 권력을 갖게 됐다. 이러한 권력은 암호화폐 제공업체들 사이에서 언젠가 자신의 상품이 증권으로 정의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조장하지만, 그 ‘검’이 과연 사용될 지, 사용된다면 언제 될 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은 제공되지 않았다. SEC에 힘을 실어주는 자체가 업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위의 두사건에서 리플과 SEC의 분쟁을 바라보면 SEC의 모호한근거를 가지고는 대법원에 가더라도 이길 수 없다는 명확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리플과 SEC의 가장 핫한 해결책은 결국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3월안에 약식재판에서 이기든 합의에 이르든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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