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이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서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구를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아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ㅡ 오광수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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