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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상

11월의 기도

어디선가 도사리고 있던
황량한 가을 바람이 몰아치며
모든 걸 다 거두어가는
11월에는 외롭지 않은 사람도
괜히 마음이 스산해지는
계절입니다. ​

11월엔 누구도
절망감에 몸을 떨지 않게
해 주십시오.

가을 들녘이 황량해도
단지 가을 걷이를 끝내고
따뜻한 보금자리로 돌아가서
수확물이 그득한 곳간을 단속하는
풍요로운 농부의 마음이게
하여 주십시오. ​

낮엔 낙엽이 쌓이는 길마다
낭만이 가득하고
밤이면 사람들이 사는 창문마다
따뜻한 불이 켜지게 하시고
지난 계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사랑의 대화 속에
평화로움만 넘치게 하여주소서. ​

유리창을 흔드는 바람이야
머나먼 전설 속 나라에서 불어와
창문을 노크하는
동화인양 알게 하소서.

                                     ㅡ 이임영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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